무슬림의 개종과 세속화 물결

932호 – 무슬림의 개종과 세속화 물결

유럽으로 건너온 무슬림 이주민 사이에서 세속주의와 자유주의 심지어는 무신론을 받아들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자들은 역사적으로 기독교에서 일어났던 변화들이 이슬람 공동체 안에서도 ‘개혁’ 또는 ‘근대화’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변화를 종교적 ‘개종’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신념의 변화는 무슬림들에게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나 다른 종교로 이동하는 것보다 더 종교적이고 더 ‘불경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유럽으로 건너온 무슬림 난민들 사이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례들이 이미 발생하여 왔다.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지만, 영국 일간지 The Guardian이 지난 2016년 보도한 바에 의하면,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 교회에는 140~700명의 무슬림들이 출석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이란, 아프가니스탄, 중앙 아시아에서 온 이들이다. 독일 함부르그(Hamburg)에서도 대규모 세례식이 도시의 한 수영장에서 거행되었다. 또 다른 영국 일간지 The Telegraph의 보도에 의하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Beirut)에서는 수백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기독교로 개종하였는데, 기독교 구호 단체의 구호 물자를 받거나 유럽에서의 망명 신청을 염두에 두고 개종한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폭력에 회의를 느껴서 한 개종이든, 망명 심사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한 개종이든, 이러한 무슬림의 개종이 전에는 아주 드물고 또 은밀한 것이었다. 또한 일부 무슬림들의 개종은 개종에 합당한 행동과 신념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을지라도 무슬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최근의 개종 물결은 지속적인 흐름으로 관찰되고 있다.

일부 무슬림 국가나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지 않은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도 종교를 바꾸는 것은 사회적 비난은 물론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의 나라들에서 발생한 개종은 신에 대한 신앙의 변화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사례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4년 Los Angeles Times는 인도에서 가난한 무슬림들이 힌두교로 개종한 사례들을 보도하며, 힌두교도들이 이러한 개종을 ‘(종교적) 귀향(homecoming)’이라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무슬림들의 개종이 종교적 신념의 변화라고는 여겨지지 않았으며, 개종한 이들이 무슬림들로부터 박해를 받지도 않았다.
2015년 The New Republic 보도에 의하면, 아랍 세계에서 이슬람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아랍에서 250개 넘는 인터넷 사이트가 무신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사이트의 가입자들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한다. 무슬림 세계에서는 항상 무신론자들이 존재해 왔으며, 중세 시대에도 유명한 무슬림 과학자들과 철학자 사이에도 무신론자들이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무슬림 사이에서도 무슬림 기도나 금식을 거부하고 또 공개적으로 종교에 비판적인 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슬람을 부인하거나 무신론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즉 이들의 주장은 신학적인 것이 아니다.

서구에서도 이러한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자신을 ‘전(前) 무슬림(ex-Muslim)’이라고 부른다. 지난 2007년 이후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를 포함하여 12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전 무슬림들이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왔다. 이들은 중독, 음주, 범죄를 거부하면서도 이슬람을 포기하는 형태의 정체성을 형성하여 왔다.

비록 무슬림식 이름은 유지하지만 전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이슬람 포기를 교리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7년 전 무슬림들에 대한 학술지인 The Ex-Muslim에는 한 여성이 자신의 이슬람 신앙 포기 과정을 묘사한 글이 게재되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이 여성은 다른 전 무슬림들처럼 과거에는 신실한 무슬림 신앙인이었다. 그녀는 이슬람 경전 꾸란과 다른 이슬람 서적을 읽으며 자신의 신앙을 성숙시키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풀리지 않은 질문과 의심이 있었으며 결국 이것들이 그녀로 하여금 이슬람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꾸란이 인쇄되어 세상에 자유롭게 공개되기 전, 꾸란은 종교 지도자나 암송자들에게만 읽혀져 왔다. 꾸란은 하나의 통일된 해석을 가진 경전이 아니었으며, 더 나아가 특정 의식이나 법적 체계 또는 신비적 체험을 위해 사용되었던 책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꾸란은 기독교의 성경처럼, 신자들에게는 신앙을 위한 책이면서도 불신자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책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슬람을 떠난 이들에게도 꾸란은 한때 신앙 성숙을 위한 책이었지만, 나중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책이 되었다 반면 세속적인 무슬림이나 신앙에 관심없는 무슬림들에게 꾸란은 믿음의 책도 아니며 믿지 못할 만한 책도 아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개종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이슬람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은 이슬람 종파 사이에서의 이동보다 더 많다. 일부 무슬림 국가에서는 이슬람 종파 사이의 이동도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19세기 이란에서 바하이(Bahai)교가 시아파 무슬림들 속에 깊이 침투하여 개종자들을 발생시켰다. 당시 바하이교로의 개종으로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란에서 개종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처럼 은밀한 종교적 통제가 자행되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무신론 운동이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2012년 국제 WIN/Gallup 조사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신을 무신론자로 응답한 이들의 비율이 5% 였는데, 이는 미국보다 높은 수치이다. 또한 이슬람 신앙을 부인하는 자에게 죽음으로 처벌하는 이 나라에서 응답자의19%는 자신을 종교적이지 않다고 여겼다. 중동에서 평균22%의 응답자가 종교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었다.

이렇게 무신론에 관심이 있거나 종교에 회의를 품는 이들은 인터넷이나 은밀한 장소에서 교류를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의 이러한 신념이 드러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계시의 유일성이나 보편적 신앙 같은 획일적인 교리를 거부한다. 대신 이들은 권위적인 견해뿐만 아니라 반대적 견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인터넷 무신론 토론 사이트나 2017년 7월 BBC에 방영된 파키스탄의 무신론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러한 관점이 목격되었다.

최근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거부한 사건이 지난 2016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에 있는 한 식당에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ISIS와 연계된 테러 단체가 수십 명의 인질을 잡고 대치하다 20명을 죽인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테러 단체는 무슬림 신앙을 증명한 인질들을 풀어주었는데, 한 방글라데시 남성과 여성은 그것을 거부하고 비(非)무슬림 친구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 했다. 이 남성과 여성의 행동은 교리나 신앙에 대한 것도 아니었고, 한 종교의 포교나 개종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단지 그들의 비무슬림 친구들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 후 이슬람 사회에서는 이들이 이슬람 신앙의 가시적 표현을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진실된 이슬람 신앙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회자되었다.

(출처: The International New York Times 2017년 8월 15일,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2.0’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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