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남겨진 아이들 (2)

913호 – 중국의 남겨진 아이들 (2)

조부모가 손자 손녀들을 돌보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의 빠른 산업화는 조손 가정에게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중국의 조부모들은 종종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데, 이는 손자 손녀의 학업에 영향을 미친다. 중화 전국 부녀 연합회(All-China Women’s Federation)에 의하면, 손자 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1/4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이들이며, 나머지 조부모들의 대부분도 초등 교육을 이수했을 뿐이다. 조손 가정의 다른 문제점은 아이들의 건강 문제이다. 5세 미만 중국 전체 농촌 아이들의 12%가 발육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 이 비율은 도시 아이들의 4배에 이른다. 또한 5세 미만 농촌 아이들의 13%가 빈혈 증상이 있는데, 같은 연령층의 도시 아이들의 비율은 10% 이다.

중국의 모유 수유 비율은 낮은 편으로, 중국 어린이 7명 중 2명 만이 생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받았는데, 이는 동남 아시아의 50%와 방글라데시의 75%에 비해 매우 낮은 비율이다. 이렇게 중국의 모유 수유 비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는 많은 중국의 유아들이 조부모에 의해 양육되기 때문이다. 국제적 연구에 의하면, 생후 1,000일 동안의 모유 수유는 아이 일생 전체를 통해 유익을 가져온다고 한다. 모유 수유를 받지 못하거나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업 성적이 좋지 못하며, 또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좋은 직장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또한 성적 학대를 포함한 여러 학대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된다. 안타깝게도 어린이 학대는 현재 중국에 만연해 있다. 2015년 중국과 영국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47개의 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국 어린이의 25% 이상이 신체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겨진 아이들이야 말로 신체적 학대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들인데, 특히 자신들을 대변할 어른이 부재한 기숙사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더욱 그렇다. 중국 북서부 간수(Gansu) 성에 위치한 한 학교의 교사는 26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학대한 죄목으로 지난 2015년 5월 사형에 처해졌다. 닝시아(Ningxia) 성에서도 12명의 어린이를 강간한 한 교사가 2015년 6월 종신형을 받았는데, 피해 학생12명 중 11명이 남겨진 아이들이었다.

남겨진 아이들이 학대의 피해자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도 되고 있다. 중국에서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남겨진 아이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2010년 중국 청소년 범죄자의 2/3이 농촌 출신인데, 이는 2000년에 비해 50%가 증가한 것이다. 남겨진 아이들 또는 이주민 가정의 어린이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다른 아이들보다 감옥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집행 유예를 선고하려고 해도 보호자가 없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이주민 청소년 아이들 중 집행 유예를 선고 받은 이들의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하지만 현지 주민 아이들의 비율은 63% 이다.

남겨진 아이들이 겪는 신체적, 교육적, 정서적 피해는 남겨진 아이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 전체에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남겨진 아이들 현상은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며, 이 현상이 범죄와 반(反)사회적 행동의 증가와 강력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바람직 하지 않다. 하지만 인종 격리 정책(apartheid)으로 가족의 분리가 발생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를 보면, 부모의 보호 없이 남겨진 아이들이 범죄로 이어졌던 위험 요소가 존재 했었다.

어린이 권리와 공동 사회 책임 센터(Centre for Child Rights and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와 한 NGO 단체가 중국 남부 주강 삼각주(Pearl River Delta) 지역과 남서부 총칭(Chongqing) 지역의 1,500명의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남겨두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2/3가 도시에서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절반 정도는 도시로 아이들을 데려 오는 비용이 너무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손자들을 돌보는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조부모들의 존재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남겨 놓고 떠나야 하는 힘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수월하게 하였다. 또한 중국의 가구 등록 증명인 호구(hukou) 제도도 자녀를 도시로 데려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요인이다. 중국의 호구 제도는 마치 중국 내국용 여권과 같은데, 이 신분증이 있어야 여러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농촌에 사는 노인들은 보통 도시의 노인들보다 연금을 적게 받는데, 농촌의 연금으로는 도시의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호구 제도는 농촌에 등록된 아이들이 도시에서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도시의 이주민의 자녀들은 도시의 사립 학교로 갈 수 밖에 없게 되고, 사립 학교들은 이러한 호구 제도의 맹점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는데, 많은 도시의 사립 학교들은 과밀 학급에다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정부로부터 폐교를 당할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부모를 따라 도시로 간 아이들도 14살이 되어 정부가 시행하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농촌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의 수백만 명의 부모들이 호구 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

다행히도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호구 제도의 개혁이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많은 도시 이주 노동자들이 하루에 12시간 이상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어린이들의 거주가 적당치 않거나 불가능한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는 아동 복지 제도도 정비하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오래 동안 부모가 아이들을 돌봐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아동 복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실제로 중국에는 지난 2006년까지 국가가 인정하는 사회 복지사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입장을 바꿔 5개 성에서 사회 복지사로 알려진 ‘아동 복지 관리사(child-welfare directors)’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 아동 복지 관리사는 의료 보조원과 같은데, 마을 주민들 가운데 적당한 사람을 선발하여 훈련시켜 200~1000명의 아동들을 돌보게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2010~2012년 사이 120개 마을에서 10,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추가로 국가 의료 제도에 포함되었다. 이 복지사의 활동으로 호구 제도에 등록 되지 않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비율도 5%에서 2%로 감소했다. 학교를 중단하는 어린이의 비율도 비슷한 수준만큼 줄어 들었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중국 정부는 이 아동 복지 제도를 다른 3개의 성으로 확장 시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아동 복지 관리사가 돌보는 마을의 수가 2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아동 복지 제도가 성공적으로 확산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어린이의 수는 25만 명에 불과한데, 이는 중국 농촌에 남겨진 전체 아이들의 0.5%에 불과하다. 중국의 남겨진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구 제도의 개혁이 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도시 이주 노동자들이 자녀들을 돌볼 수 있게 되는 지역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중국의 남겨진 아이들은 희망이 없는 아이들이다. 중국의 다른 많은 부모들처럼, 이주 노동자들도 자녀와 가족의 미래의 안락한 삶을 위해 현재의 어려움을 감수하는 이들이다. 이들로 인해 중국은 빠른 도시화를 겪고 있으며, 중국인들의 소득도 증가하였다. 하지만 빠른 도시화와 소득 증대 이면에는 가족 붕괴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 사회 문제의 최전선에는 바로 부모들에 의해 남겨진 어린이들이 서 있는 셈이다.

(출처: The Economist 2015년 10월 17일,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2.0’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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