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역사의 숨겨진 인물: 김광명 여사(1929-2017)의 삶과 선교

* 이 글은 2017년 6월에 American Society for Missiology에서 영어로 처음 발표되었다.

현대선교 23 (Current Mission Trends): “여성과 선교”. 발행 : 2020년 2월 17일, 서울:GMF Press. 수록면 : 85-106.

박보경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Ph. D. in Intercultural Studies)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선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외에도 한국로잔위원회 중앙위원, 세계선교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Mission Studies)의 부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선교와 여성』(2005), 『현대 선교학 개론』(2008, 공저), 『여성, 교회 하나님의 선교』(2013), 『통전적 복음주의 선교학』(2016) 등이 있다.

1. 들어가는 말

저명한 선교역사학자 데이나 로버트(Dana L. Robert)는

기독교야말로 여성의 종교였다

고 주장한다(Robert 2009:118). 이렇게 기독교역사에 있어서 여성들의 공헌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최근까지도 선교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매우 미비하였다. 그동안의 선교역사는 주로 남성 중심적이며, 공적 영역 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선교의 숨겨진 사적 영역의 이야기들은 주로 여성들에 의해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사실 선교역사학계에서 거의 무시되어왔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선교역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한국선교의 역사에 있어서 여성들은 그 이름조차도 언급되지 못하거나, 기껏해야 남성들의 이야기 속에 부록처럼 잠시 등장하는 정도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교역사에 있어서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종종 미시적 역사방법론(micro-historiography)이 필요하다(Lienemann-Perrin, Longkumer, Joye 2014:16).

이 글에서는 한국기독교선교에 있어서 숨겨진 한 여성의 생애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미시적 역사방법론을 선택한다.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이 여성은 바로 해방 이후의 최초의 타문화권 선교사인 최찬영 선교사의 아내 김광명 여사이다. 김광명 여사는 비록 공식적으로 선교사의 명칭을 받지는 못했으나, 남편 최찬영 목사의 곁에서 평생 동역자로 사역한 인물이다. 최찬영 목사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대단히 많다. 그는 해방 이후 최초의 한국선교사이며, 한국 최초로 선교사 여권을 받은 자이며, 한국교회 최초의 태국교회 에큐메니컬 선교 파트너이며, 한국인 최초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성서공회 총무로 일하였다. 그는 당시 한국교회가 낳아 국제적으로 활약했던 자랑스러운 한국인 선교사이다. 그는 후에 풀러신학교에 초빙되어 선교대학원의 교수로 일하면서 선교사들을 훈련하는 등 그의 생애에 걸쳐 한국 선교에 미친 영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최찬영 선교사의 유명세에 비하면 김광명 여사의 생애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필자가 이 글을 쓰기위해 김광명 여사와의 인터뷰를 시도하였을 때는, 안타깝게도 89세의 노환으로 이미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다.1김광명의 생애를 재구성하기 위해서 필자는 그의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몇 차례 실시하였다. 인터뷰는 직접 면담과 이메일 인터뷰로 2017년 5월과 6월에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남편 최찬영의 생애를 다룬 전기 『최찬영 이야기』(1995)와 이후 새롭게 구성하여 다시 출판된 두 번째 책 『해방 후 최초의 선교사 체험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였다. 2017년 9월에 김광명 여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소천 하였다. 영어로 발표된 필자의 글은 그녀의 장례식에서 그녀의 생애를 기리며 모든 조문객들에게 전달되어 읽혔다. 이 글은 그녀와 평생을 같이했던 남편과 자녀들의 증언, 최찬영 선교사의 일생을 다룬 자서전에 근거하여 그녀의 생애를 조명한 것이다. 인터뷰 당시 최찬영 선교사는 자신에 대하여 인터뷰를 요청한 경우는 매우 많았지만, 김광명 사모에 대하여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였다. 김광명 여사의 생애와 사역은 당연히 받아야 할 최소한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한국선교역사의 숨겨진 인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모든 개인의 이야기는 그 시대적, 공간적 한계 속에 있다. 김광명의 삶과 사역 또한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관점에서 그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녀는 1950년대 한국사회에서 발견되는 근대적 여성상과 전통적 여성상이 융합된 독특한 여성상에 근거해서 자신의 삶과 사역을 전개하였다. 즉, 그 시공간적 환경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헌신을 다했다. 그녀는 한국선교사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바도 없고 자신도 선교사로 인정받기를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김광명은 최찬영의 선교사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역자이자 든든한 후원자요, 내적 지지자였다. 비록 그녀가 한국선교역사에서는 가려진 인물일지라도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선교의 역사 속에서는 결코 숨겨지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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