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양육과 성숙-『선교와 교육』세미나를 참석하고 나서

현대선교9 (Current Mission Trends): “지도력 계발과 비형식 교육”. 발행 : 1996년 9월 10일, 서울:GMF Press. 수록면 : 73-79.

이이새
부산대학교 대학원 영문과(M.A), 필리핀 국립대학(U.P), 영어교육전공(Ph.D.), 부산공업대 강사, M국 선교사 파송예정

1. 본 세미나와 비공식적 교육

GMTC(한국선교훈련원)에 들어와 생활해온 이후 가장 빈번하게 들어온 말들 중에 비형식적 교육과 비공식적 교육이라는 표현들이 있었다. 그렇게 많지는 않은 한국 선교훈련 단체들 속에 다름대로 독특한 자리를 지켜온 GMTC의 토대 중에 바로 이 교육 방식이 있는데, 아마도 적지않게 들어온 이 표현들이 이번 세미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비공식 교육(Informal Education, Socialization)이란 표현까지는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비형식(Non formal Education) 교육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그 실체가 퍽이나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5일간의 세미나를 마친 다음 어렴풋이나마 비형식적 교육에 대한 이해가 잡힌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새로운 교육 방식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애를 통해서 본을 보이신 모든 시대에 적용될 수 있는 교육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비형식 교육이란 형식 교육이 불가피하게 항상 안고 있는 문제들, 즉 기계적이고 비인격적인 학습 환경과, 교육과정을 상급학교로 진출하기 위한 하나의 계단으로 인식하면서 교육 내용 그 자체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문제들을 해결해 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비공식적 교육이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의도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해, 비형식적 교육은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면서 의도적이고도 계획적으로 행해지는 창의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비형식적 교육은 예수님께서 형식적인 학교 교육을 시도하지는 않으셨지만, 항상 의도적인 계획 가운데 제자들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시면서 어떤 일을 수행하시고 어떤 것을 가르치셨던 것과 같은 교육 방식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교육 방식은 고도로 상황에 민감하고 기능적인 면을 높이 존중하면서 교육 대상들이 인격적으로 동기부여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과정인 것이다.

2. 선교사 교육과 리더쉽 계발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반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양육과 성숙이라는 기본적인 이슈들에 관심을 두고, 교수, 학습활동 및 그 과정에 있는 영적인 관심사를 강조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선교사들이 자기자신을 교육시키는 문제와 개척된 교회 공동체 속에서 리더쉽을 계발해 나가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업들을 성취해 가는데 있어 연관되어 있는 문화적인 문제도 선교사 교육과 리더쉽 계발이라는 사안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영역들에 대해 필자에게 인상적으로 부각된 점들을 중심으로 하여 강의 내용을 간단히 기술해 보고자 한다.

(1) 선교사를 교육시키는 영역

선교사의 헌신과 삶의 모습이 선교지에 그대로 재생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선교사가 헌신되고 경건한 삶의 모습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과 실천적 삶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 첫째, 성경을 새로운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 둘째, 성경적 원리들을 높은 사고 과정을 통해 내면화시켜야 한다. 즉 말씀에 대한 단순한 암기, 이해 및 이해의 적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분석, 종합 및 분별력 있는 판단을 시도하는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
  • 셋째, 높은 사고 과정을 거치면서도 창의적으로 궁구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주님을 기쁘시게 해야 한다.
  • 넷째, 분별력 있는 판단과 결단은 성령의 인도하심에 궁극적으로 종속되어야 한다.
  • 다섯째, 알고 있다는 성경적 원리는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
  • 여섯째, 배운 것은 실천해가면서 더 잘 숙달하게 된다.

이상은 Benjamin Bloom이 제안한 6가지 학습의 단계로부터 비롯된 적용이다.

성경의 원리들을 깊이 내면화시킨 것은 선교적 현실 속에서는 대인관계와 전도활동들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때 적용하게 될 원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첫째, 관심을 집중하면서 가까운 인간관계를 유지함.
  • 둘째, 상대방의 필요에 대해 애정어린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줌.
  • 셋째, 신뢰와 우정을 세우는데 먼저 주력해야 함.
  • 넷째, 단정적인 언급은 지양하고 자신이 설득된 내용을 나누며 상대방의 반응을 존중해야 함.
  • 다섯째, 성령의 이끌림을 받으며 나아갈 때는 우리나 상대방의 문화를 거스릴 때가 있음.
  • 여섯째, 자신의 힘이나 우월성을 드러내지 말고 겸손하고 단순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기꺼이 연약한 자로 보여짐.
  • 일곱째, 상대방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고 화제의 주도권을 상대방이 갖도록 해야함.

이상은 수가성 여인에게 전도하셨던 주님의 본보기에서 볼 수 있는 원리이다.

선교사는 단순히 전도에 힘쓸 뿐 아니라 바람직한 리더쉽 스타일이 시범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서로 영적으로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면서 수평적인 대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하며, 선교지민들이 선교사를 선생으로 부르도록 하지 말고 주 안에서 함께 자라가야 할 형제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성서적인 지도자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다음과 같은 지도자의 특질들을 계발해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첫째,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면.
  • 둘째, 감정 이입이나 동일시하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면.
  • 셋째, 기도에 주력하는 면.
  • 넷째, 신뢰와 우정을 쌓는 면.
  • 다섯째,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면.
  • 여섯째, 신뢰해주고 동일시하는 면.
  • 일곱째, 이미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은사들을 활용하는 면.

이상은 느헤미야를 통해 나타난 리더쉽의 본보기이다.

(2) 어린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양육과 지도력 계발

선교지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교육시키는 것의 핵심 사안은 두말 할 것 없이 지도자 계발이라는 면이다. 교회에서 지향해야 할 제자양육의 핵심도 역시 모든 성도들이 지니고 있는 리더쉽의 자질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은 성숙해가는 공동체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의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먼저 장로급 리더쉽들끼리 서로 도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갈 뿐 아니라 리더쉽 계발을 해나가는 본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예 초신자 때부터 그리스도인이 이미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된 존재가 된 것을 주지시키고, 그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분담하고 일감을 주어 교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것을 확인시켜야 하며, 다른 사람들을 섬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회화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한 사회나 공동체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의 장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삶의 현장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나 환경적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나름대로 자기의 경험을 조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을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교육의 형식보다 내용을 더 중시하고, 그 내용의 내면화를 의도적으로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교회의 공식적인 리더쉽의 위치에 세울 때는 먼저 그의 영적 성숙을 시험해본 후에 리더쉽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3) 연관된 문화적 문제들

선교지 속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리더쉽을 계발한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문화적 요소의 대전제가 있다. 그것은 복음의 초문화적 요소를 고수하면서 문화적 개종의 시도를 포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식민주의적 성향 때문에 야기된 복음 메세지의 왜곡, 자문화 우월주의와 같은 병폐는 새롭게 협력해야 하는 선교의 국제화 시대에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우리가 가야할 선교지를 선정할 때 성경적인 본을 좇아 우리와 문화적으로 가까운 지역으로 먼저 선교하러 가는 것이 바람직한 선교적 시도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단 선교지가 결정되면 우선 선교지 문화 연구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선교지 상황과 유리된 지식 습득을 배격하고 선교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그리하여 타문화권으로 나아가는 선교사는 우선 타협할 수 없는 초문화적인 복음의 메시지로 자신을 무장할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문화적 요소를 최소한도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선교사 자신이 그가 속한 부정적인 문화의 덫으로부터 벗어날 때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재능과 은사를 활용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참된 자유를 풍성히 누릴 수 있으며 이 자유를 또한 선교지에 심을 수 있는 것이다.

3. 본 세미나와 Ted Ward 박사

이번 세미나는 미국의 트리니티 신학교 박사과정에서 2주간에 걸쳐 하루에 3시간씩 진행하는 단기코스를 1주간에 걸쳐 하루에 6시간씩 재현한 문자 그대로 현장감 있는 코스였다. 이번 세미나가 자신들의 삶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소감을 여러 참석자들이 피력하는 것을 들었다.

하루 6시간 꼬박 참석자들이 강의 내용에 집중하면서 관심을 잃지 않게 한, 성공적 세미나 진행을 낳았던 비밀은 다름 아닌 Ted Ward 박사 자신의 인격과 삶을 도구로 사용하신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생각된다. 67세라는 노령에 비해 벅찼던 강의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내내 스태미너와 활력을 유지한 채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시선을 맞추어가며 그들의 상태와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시범적 교육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공식적인 신학과정을 거친 경력이 없는 그였지만, 피차 잘 알고 있는 본문을 풍부한 상상력과 이미지를 동원하여 석의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교회와 선교 단체속에서 지도자 역할을 담당해 온 참석자 대부분을 영적 감흥의 도가니로 몰아간 것은 그가 또 다른 의미에서 훌륭한 선생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는 단순히 상아탑 속에서 학술적인 세계에만 푹 빠져 있었던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평생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있게 사고하고 묵상하며 삶에 적용해 온 실천가였던 그의 면모를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비형식적 교육의 관건은 결국,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내면화하고 이를 삶에 지속적으로 실천해가며 반추해 가는 경건한 교사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된다.

이번 세미나는 그의 평상시 교수 패턴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의였다. 그 때문에 비형식적 교육을 형식 교육의 체계 속에서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 것인가와 같은 실제적 문제와 연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 적지 않은 참석자들의 소감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교와 교육이라는 거대한 문제와 연관해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연관된 모든 지식들을 의미있게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Peter Elbow가 제안한 ‘의심 게임'(Doubting game)이 아닌 ‘신뢰 게임'(Believing game)의 차원에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가 이미 지니고 있는 원리에 비추어 명확히 배제할 수 없는 그의 제안 사항들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태도를 갖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수용한 것을 기존의 관점과 통합함으로써 이 사안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개발해 가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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