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역과 회복 – 미술치료와 회복

한국선교연구원 주: 이 글은 중국어문선교회에서 발행하는 <중국을 주께로> 에 실린 것으로, 중국어문선교회의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 이 외에도 <중국을 주께로>에 실린 글을 읽기 원하면, 글 하단의 배너를 눌러주세요.

중국을 주께로 제137호(2013년 5,6월호)
특집 제목: 조선족사회와 교회를 재조명하다
발행: 중국어문선교회

박정례 I 선교상담지원센터(MCC) 책임연구원

선교사를 위한 미술치료의 필요성
인간의 조형(造形)활동을 통해 개인의 갈등을 조정(調整)하고 동시에 자기표현과 승화(sublimation, 昇華)작용을 경험하게 하며 자아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미술치료이다. 또한 자발적 조형활동은 개인의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 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언어적 의사소통기법(nonvocal communication, 非言語的意思疏通)을 반복 시행함으로 언어적 ·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지금까지의 자기상실, 왜곡, 방어, 억제 등의 상황에서 보다 명확한 자기 동일시, 자기실현을 꾀하게 한다. 따라서 미술치료 활동은 내담자의 무의식을 의식화하는데 매우 유용한 장르이다. 이러한 미술치료 활동은 자신의 익숙했던 생활방식을 포기하고 선교지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선교사에게 유용한 치료도구이다.

미술치료의 장점(H. Wadeson)
첫째, 미술은 심상(image)의 표현이다. 우리는 심상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말이란 형태를 취하기 전에 심상으로 사고한다. 즉, 엄마라는 말을 하기 전에 ‘어머니’의 심상을 떠올릴 것이다. 삶의 초기의 경험이 중요한 심상의 요소가 되며, 그 심상이 성격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꿈이나 환상, 경험이 순수한 언어적 치료법에서는 말로 해석되지만 미술치료에서는 심상으로 그려진다. 예술 매체는 종종 심상의 표출을 자극하는, 즉 일차적 과정의 매체를 자극하여 창조적 과정으로 나아가게 한다.

둘째,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통제를 적게 받아 내담자의 방어를 감소시킬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방어이다. 우리는 어떤 다른 의사소통 양식보다 언어화시키는 작업에 숙달되어 있다. 미술은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통제를 적게 받는다. 예상치 않았던 작품이 그림이나 조소에서 제작될 수 있는데 가끔 창작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미술치료의 가장 흥미 있는 잠재성 중의 하나이다. 예상치 않았던 인식은 가끔 내담자의 통찰, 학습, 성장으로 유도되기도 한다.

셋째, 구체적인 유형의 자료를 즉시 얻을 수 있다. 즉,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져 볼 수 있는 자료가 내담자로부터 생산되는 것이다. 미술의 바로 이런 측면이 많은 의미를 가진다. 내담자가 만든 어떤 유형의 대상화를 통해서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하나의 다리가 놓여진다. 저항적인 내담자들의 경우는 내담자를 직접 다루는 것 보다 그들의 그림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내담자들의 감정이나 사고 등이 그림이나 조소와 같은 하나의 사물로 구체화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고 개인의 실존을 깨닫게 된다. 어떤 내담자는 단 한 번의 작품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항이 강한 사람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넷째, 자료의 영속성을 들 수 있다. 미술 작품은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담자가 만든 작품을 필요한 시기에 재검토하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때로는 새로운 통찰이 일어나기도하며, 내담자 자신도 이전에 만든 작품을 다시 보면서 당시 자신의 감정을 회상하기도 한다. 즉, 그림이나 조소가 주관적인 기억의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담자의 작품 변화를 통하여 치료의 과정을 한 눈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치료팀의 회의에서도 작품을 통해 그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섯째, 미술은 공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일차원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다. 대체로 한 가지씩 순서대로 나간다. 미술 표현은 문법, 통사론, 논법 등의 언어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 즉, 본질적으로 공간적인 것이며 시간적인 요소도 없다. 미술에서는 공간 속에서의 연관성들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가족을 소개할 때에도 먼저 아버지, 어머니를 소개하면서 두 분의 관계를 얘기하고, 그리고 형제들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나서 이 모든 식구들과 나와의 관계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미술의 공간성은 바로 경험을 복제한 것이다. 우리는 나의 가족을 말로 소개하고 그림으로 그것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가깝고 먼 곳이나 결합과 분리, 유사점과 차이점, 감정, 특정한 속성, 가족의 생활환경 등을 표현하게 되므로 개인과 집단의 성격을 이해하기가 쉽다.

여섯째, 미술은 창조성이 있으며 에너지를 유발시킨다. 미술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개인의 신체적 에너지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미술 작업을 진행하고, 토론하며, 감상하고, 정리하는 시간에는 대체로 활기찬 모습을 띤다. 체내의 에너지 정도가 변화한다는 것을 느낀 사람이 많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운동이라기보다는 ‘창조적 에너지’의 발산이라고 해석된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역할을 맡은 배우처럼 미술치료는 하나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놀이와 레크레이션과 음악과 열정이 있는 창조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치료를 통한 재충전(Refresh)
선교사들에게 미술치료는 선교사자신의 스트레스와 말 못하는 내면의 어려움을 표출하게 함으로 해소의 경험을 하게 한다. 이로 인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며, 부적응적인 방어적 태도를 내려놓고 적응적인 모습으로 대인관계와 사역을 할 수 있게 된다.

Refresh 사례

  • 처음에는 약간 경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수록 내게 유익이라는 것도 확실히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과 나의 생각,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그 사람이나 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선교회, R후보자)
  • 이 과정을 통해서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내 자신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처한 상황 또는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해 대처할 능력 내지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선교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사는 어디에도 공동체가 있고……. 그러기 때문에 내 자신이 바로 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선교회, H선교사)
  • 알고 있었던 때로는 알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림에 나의 생각이 표현되는 게 놀라울 때가 있었다. 집단 작업을 통해 남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의 모습 가운데 나의 모습과의 공통성을 보며 위안을 삼고 대처방안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C선교회, S선교사)

선교상담지원센터(MCC, Member Care Center)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성숙되어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 표준의 하나는 감정적으로 억압하지 않으면서 외부의 다양한 압력에 대해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내외적 압력에 직면했을 때 감정적으로 평정을 잃지 않으면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신경증이나 노이로제, 성격장애 등은 이 균형의 유지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 즉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지나치게 폭발할 때 나타난다.

이렇듯 정신건강은 적응력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사용해도 될 만큼 동질의 의미이다. 따라서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킨다는 것은 곧 적응력을 높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사람이다. 즉 감정을 느끼고 자각하되, 그 감정의 세력(정신역동)에 휘말려서 이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선교사를 선발할 때 후보자의 적응력 및 정신적 건강상태를 예측하고 훈련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도입해 왔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스위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등이 심리검사와 상담제도를 여러 선교단체에서 적극 활용하여 멤버 케어(member care)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선교상담지원센터(MCC)에서도 선교사들을 케어하고 팀 및 대인관계에서의 탈진, 영적 메마름의 회복을 목표로 2003년 4월 4일부터(12주간) 1기 미술치료를 시작하였고 현재 35기 미술치료를 마친 상태이다.

선교사들은 미술치료에서 매시간 다양한 창작 과정을 통해 자신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긍정적인 자원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선교지와 같이 스트레스가 중첩되고 탈진되기 쉬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게 되는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 사역과 삶을 꾸려가는 방식은 어떠한지,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차츰 알아가게 된다. 이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미술치료를 마치고 난 소감문

  • 지난 번 미술치료 시간에 인형을 만들었다. 정말 예쁘고 고운 한복을 지어 입혔다. 바로 그날 밤에 꿈을 꾸었다. 차가운 바닥에 헐벗은 채로 누워있는 어린 나를 보았다. 아, 그래서 낮에 그렇게 정성스럽게 옷을 지어 입힌 거구나……. 나의 무의식이 나의 시린 마음을 알려 주었던 거다. 미술치료 경험을 통해 일어난 많은 변화 중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이별을 극복할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어제, 사랑하는 분을 잃고 장례식에서 엄청 울었다. 내겐 너무 큰 상실임에 틀림없지만, 그분과 작별할 수 있었고 지금은 내 가슴에 하나의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J선교사)
  •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과 긴장감이 늘 있어서 내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 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나를 잘 알 수 없는 사람,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등 얘길 한다. 미술치료 시간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는 기회가 됐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기뻐해 주었고 나도 안전감을 느끼면서 사람들과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G선교사)
  • 먼저 하나님께 감사한다. 하나님은 멋진 분이다. 내게 필요한 과정을 허락하시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연구진 회의가 1시에서 5시로 연기되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에 오지 못했을 테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끊임없이 ‘정신적 소모전’을 계속 했겠지……. 신뢰에 대한 세 번의 상처는 아직도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발견했고, 억압받고 눌리는 가운데 자유하지 못한 나 자신도 보았다. 동생들이 왜 나에게 이기적(가장 많이 희생한 것 같았는데)이라고 하는지도 구조적으로 이해가 됐다. 갈등과 반목이 ‘의사소통의 미숙함’에서 비롯되었음도 이해되었다. 지금 선교지에 있는 동료들도 이런 아픈 부분들이 해소된 채 사역하는지 자신을 억누른 채 사역하는 건 아닌지……. 자유 안에서 같은 모양으로 사역할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자유를 맛보게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P선교사)

<중국을 주께로> 137호 목차

관련 글(Related articles)